본문 바로가기

LIFE IS CONCERT/REVIEW

REVIEW | 2021 서울시향 합창교향곡

2021 서울시향 합창교향곡

2021년 12월 16일 (목) & 17일 (금) 20:00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감히 진리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베토벤은 진리를 실체로 느끼도록 해주는 작곡가라고 말해보고 싶다. 이번 합창 교향곡은 그 진리의 정수이자 완전한 결정체였다. 더불어 시간이 흘러가며 깨닫게 되는 것은 결국 모든 것은 사랑으로 귀결된다는 것이었고,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모든 인류와, 더 나아가 전 지구적 문제의 해답은 사실 아주 단순하고 어려운 '사랑'이라는 가치 하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베토벤은 이미 250년 전 우리에게 해답을 아주 자세히, 모든 힘을 담아 전해주었다.

4악장의 혼란스러운 서두를 뚫고 등장한 합창 교향곡의 주제 선율은 순수하고 맑았다. 운명에 맞서 저항하는 베토벤의 고결한 의지가 엿보였다. 이윽고 베이스 솔로가 입을 여는 순간 첫 마디를 향해 달려온 1악장부터 3악장의 질주에 의미가 부여되었다. 베이스 심기환의 음성은 뚜렷하고 선명했다. 역사적인 합창 교향곡의 첫 마디는 "오 벗들이여, 이 소리들이 아니오!"라는 가사에 걸맞게 힘찼다. 네 개의 성부와 합창단이 섞여 외치는 실러의 가사는 화합을 만들어내며 공연의 클라이막스가 끝났고, 환희로 가득 찬 음악이 멈췄을 때 벅차오르는 감정이 가득했다. 서울시향 단원들과 국립합창단, 안양시립합창단, 네 명의 성악가들과 지휘자 윌슨 응까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만들어낸 하모니와 베토벤이 전하고자 했던 화합의 메시지는 공연장 구석구석 전달되었다. 윌슨 응의 짜 맞춘 듯 완벽한 지휘는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의 열정적인 지휘와 상반되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공연 내내 지휘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이번 공연이 그의 베토벤 9번 교향곡 초연이었고 코로나로 인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진행된 것이라 걱정 반 설렘 반이었다. 들뜬 분위기 속 살짝 불안했던 시작은 뒤로 갈수록 끝맺음이 단단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윌슨응 지휘구나, 싶었다. 올해 연말을 서울시향의 합창 교향곡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 행복했다.

올 한 해를 돌아봤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요 근래 팬데믹의 시작과 함께 암울했던 2년가량의 시간 동안 가장 가치 있는 일은 단연 서울시향 서포터즈를 하게 된 것이었다. 서포터즈의 공연 관람권 제공이라는 혜택은 그 값 이상의 가치를 남겨주었다. SPO 매거진과 콘미공을 공연 전에 공부하며 음악을 감상하는 방법부터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고, 집에 오는 길 내내 음악을 감상하며 몰입하는 순간까지, 온전히 음악을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열심히 익힐 수 있었던 기회였다. 또 하나는 서울시향의 충실한 팬이 된 것. 앞으로의 공연을 가능한 모두 보고 싶다. 클래식 공부도, 취미의 영역에서 한정하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고 싶다는 목표도 세웠다. 언젠간 원하는 자리에서 정기권 정도는 시원하게 끊는 멋진 어른이 되는 꿈을 꾸며! 서울시향 서포터즈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서울시향 관계자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소중한 순간들을 만들 수 있도록 해준 서울시향 서포터즈 7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