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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CONCERT/REVIEW

REVIEW | 2021 서울시향 오스모벤스케의 베토벤 교향곡 1번

 

오늘 공연의 부제를 붙이라면 처음과 끝과 중간이라고 하고싶다. 대비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고전과 현대음악의 놀라운 차이, 그리고 앙상블과 교향곡의 서로 다른 매력을 한번에 즐길 수 있었던 이번 공연이었다.

 

 

 

- 2021 서울시향 오스모 벤스케의 베토벤 교향곡 1번 -

 

모차르트, 세레나데 제12번

Mozart, Serenade No. 12 for Wind Octet in C minor, K.388/384a

알프레트 시닛케, 하이든식의 모츠-아트

Alfred Schnittke, Moz_Art à la Haydn

베토벤, 교향곡 제1번

Beethoven, Symphony No. 1 in C major Op.21

 

 

 

 

첫 곡, 모차르트 세레나데 제 12번은 목관의 매력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클라리넷을 전공한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님이 세컨주자로 나선 세레나데 12번은 오보에 2, 클라리넷 2, 바순2, 호른2로 편성된 곡이다.
목관인 플룻이 없고 호른이 들어가있는 특이한 구성인데, 이 구성은 1782년 요제프 2세의 하르모니 밴드 설치 이후 유행한 편성이다.
모차르트는 리히텐슈타인 후작의 위촉을 받아 이 곡을 작곡하였고 바로크 음악의 영향을 받은 유일한 단조 세레나데이다.

탄탄한 저음악기와 오보에의 선율이 마치 잘 블렌딩 된 중창단처럼 편안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어떻게 관악기를 그렇게 편안하게 연주하시는지.... (말잇못) 목관 5중주 연주는 많이 들어 보았지만
'하르모니' 관악 앙상블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상당히 새로웠다.
호른과 바순이 저음을 꽉 잡고, 클라리넷은 피아노의 왼손 역할을, 오보에는 오른손 역할을 하며 곡을 이끌었다.
나에겐 모차르트는 늘 정돈된 음악의 이미지이다. 모차르트가 "극도로 주의 깊게" 썼다는 이 곡은 그 이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두번째 곡, 알프레드 시닛케의 하이든식 모츠-아트는 전곡이었던 모차르트의 곡과의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고전주의에서 현대음악으로 오기까지 낭만, 근대, 신고전, 포스트모던음악 등 많은 변화를 겪은 현대음악의 세계는
알프레트 시닛케의 곡으로 한층 더 새로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모츠-아트는 불꺼진 무대에서 시작했다. 불이 환하게 켜지는 순간에 초반 고조의 끝에 다다르고 이후 예측할 수 없는 무대의 연속이었다.
익숙한 선율이 귀에 맴돌다가도 낯선 화성이 곧이어 곡을 덮고, 어쩔땐 화음이, 어쩔땐 완전한 불협화음이 이어졌다.
돋보였던 바이올린 두대의 독주는 연주보다 음악극에 가까운 이 곡을 이끌어나갔다. 바이올린 두대는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인 연주를 융합했다.
여기서 융합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결코 화음을 이루지 않고 각각의 선율을 구분하기도 어려웠지만 “하나의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와 하이든, 현대음악이 뒤섞인 놀이 한판이 끝나자 솔로주자 웨인 린이 바이올린 줄 감개를 풀어
하나의 음으로 조율 된 상태에서 벗어났고, 음으로 이탈하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연주자들은 바이올린의 잔음을 남기며 백스테이지로 들어갔다.

저번 공연에서의 '말하는 드럼', 그리고 '하이든식의 모츠-아트'에서 볼 수 있었던 공통점은 '움직임'이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이 '동적'인 움직임들은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인다. 생각하게 만들고,
연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무대만 동적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 관객의 생각까지 유연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서울시향의 정기공연 프로그램에는 현대음악이 항상 포함된다.
대중에게 어려운 만큼 접하기 힘든 현대음악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갓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마지막 피날레는 베토벤 교향곡 1번이었다.
29살에 만든 베토벤의 첫 교향곡은 그가 가진 강렬한 이미지보다 부드럽기도 하면서, 투명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특히 2악장에서는 베토벤이 가지고 있던 낭만을 펼쳐놓은 듯 했다. 교향곡 1번은 전반적으로 정말 맑았다.
선율 하나하나에도 조화를 건드리는 부분이 없고, 관악과 현악기의 균형이 완벽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약 4분 가량의 짧은 3악장은 베토벤의 마음 속을 둘러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확신에 찬 선율이 베토벤 자신의 재능이 가진 위대함을 과하지 않게 담백하게 담아낸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겐 개인적으로 가장 '베토벤스럽다'고 느껴진 3악장이었다.

1악장 서주의 규칙을 깨트린 시작으로부터 이어지는 연주는 내내 비현실적이었다.
1800년에 만들어진 이 곡이, 약 200년 전에 만들어진 곡이 눈 앞에서 연주되어 귀로 들어오는 경험이 새삼스레 느껴졌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음악을 향한 숭고한 정성이 몇 세기를 거쳐 내려온다는 사실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서울시향의 4월 정기 공연도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멋진 공연을 보여주신 서울시향의 모든 관계자분들과, 서포터즈를 담당하고 계신 담당자님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다음 달도 잘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