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IS CONCERT/REVIEW

REVIEW | 2021 서울시향 달리아 스타세브스카의 라흐마니노프

 

 

 

 

- Program -

브리튼, 진혼 교향곡, Op.20

Britten, Sinfonia da Requiem, Op. 20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D장조, Op.19

Prokofiev, Violin Concerto No. 1 D major, Op.19

라흐마니노프, 교향적 무곡, Op. 45

Rachmaninov, Symphonic Dances, Op. 45

 

 

 

이번 공연은 내부 세계로의 성찰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브리튼의 진혼 교향곡에서는 한 세계의 소멸을,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으로 회귀를,

그리고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으로는 무결 속 완전한 성장을 그려냈다.

세 개의 대작은 이번 공연으로 한국에 데뷔한 지휘자 달리아 스타세브스카의 놀라운 힘과 통제력으로 완벽하게 연주되었다.


"다부진 생명력"을 가진 협주곡 1번은 프로코피예프가 가지고 있던 열정을 반영한 곡은 첨예한 불협화음의 화음의 정수였다.

프로코 피예프의 고요한 바이올린과 꿈속을 거니는 듯한 바이올린 독주로 시작한 곡은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는 미로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몽롱한 고요함 속으로 떠나며 끝맺는다.

라흐마니노프의 최후의 곡, 교향적 무곡은 자신의 실패와 성공을 모두 끌어안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러 만들어졌다.

2악장은 지금껏 들어보지 못 해본 가장 우아하게 암울한 악장이었다. 울렁이는 음률과 세기는 곡의 분위기에 취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실패와 성공을 모두 끌어안아 만든 만큼 3악장에서는 죽음마저 끌어안고 장렬히 끝맺는다.

브리튼 자신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길을 걸어가며 이 곡을 떠올렸을까.

죽음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서주의 멜로디는 소름이 끼치도록 죽음이란 존재의 본질을 보여주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모든 인간이 피할 수 없는 길을 브리튼은 오롯이 음악으로 표현해가며

이승에 남겨진 자들의 고통과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망자의 고독을 그렸다.

무거운 걸음 소리 같은 팀파니는 멈추지 않고 행진한다. 죽음의 길은 고독하고, 두렵지만 평화롭다.

망자가 사라진 세상의 절규는 3악장에서 수용으로 이어진다.

3악장은 위로였다. 망자는 필히 무로 돌아감으로써 "영원한 안식"을 누릴 것이라는 대답을 들려주었다.

남겨진 자들의 흐느낌은 결국 옅어질 것이고, 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세계에서 재회할 것이라는 안도감을 느꼈다.

영원이란 없듯이, 교향곡도 종결을 향해 사라지고, 남는 있는 것은 고요함이다.


사랑하는 사촌동생과의 갑작스러운 이별 이후 죽음에 대한 공포와 원망은 매일 밤마다 잠을 괴롭히고 있었다.
공연에서의 진혼 교향곡은 그날 이후 줄곧 공포의 대상이었던 죽음의 본질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내 동생은 결국 이 길을 걸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의 끝엔 평온함만이 남아있을 것이고

남겨진 사람들은 재회를 기다리며 하루를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곡이 끝난 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 리뷰에 담을지 고민했지만 감상을 통해 위로받았던지라 기록해두고 싶었다.

이별의 슬픔을 모두 위로받을 수는 없지만, 브리튼이 제시한 진혼 교향곡에서 나아가야 할 길을 찾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