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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 2021 서울시향 마르쿠스 슈텐츠 Ⅲ: 스티븐 허프의 베토벤

삐-약 2023. 5. 24. 01:42

 

 

- Program -

모차르트, 교향곡 제29번

Mozart, Symphony No. 29 in A major, K.201/186a

말러, 교향곡 제5번 중 4악장 아다지에토

Mahler, Symphony No. 5: IV. Adagietto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3번

Beethoven, Piano Concerto No. 3 in C minor, Op. 37

바그너,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중 전주곡

Wagner, Die Meistersinger von Nürnberg: Prelude

 

 

 

 

<말러, 교향곡 제5번 중 4악장 아다지에토>

사랑에 빠진 위대한 작곡가는 이렇게 노래한다. 꽃과 편지가 아닌, 바이올린과 비올라와 첼로의 목소리로.

말 그대로 영혼이 가득한 음악을 서울시향의 짙은 해석으로 듣게 된 말로 교향곡 제5번 중 4악장 아다지에토는

곡이 끝난 후의 여운을 음미할 수밖에 없었다. 바이올린의 고음으로 사랑에 신음하듯, 첼로의 저음으로 사랑하는 이를 나지막이 부른다.

말러가 죽음의 고비에서 벗어나 만난 운명의 상대는 그 자체만으로 그에게 축복이었을 것이라는 걸 짐작게 했다.

아주 작은 음까지 전달하려는 지휘는 말러의 진심을 전해주는 데에 충분했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3번>

방 한구석에 앉아 2악장 피아노 솔로를 작곡하는 베토벤의 모습이 보인다.

1악장처럼 강렬한 베토벤의 삶에서 그의 꿈속에 들어온 것 같은 2악장까지, 스티븐 허프의 연주는 쉬지 않고 달린다.

잠시 숨을 고르는듯한 2악장의 서두는 피아노의 깊고 부드러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연주로 시작되었다.

3악장의 어느 시점에선 안개를 뚫고 나온 빛무리가 보이기도 하고, 다시 어둠에 갇히기도 한다.

이윽고 피아노는 결정을 내린다. 코다를 지난 후부터 빛이 가득한 일상으로 향한다. 찬란하고 가볍게, 자신만만하게 나아간다.


너무나 익숙한 베토벤 교향곡을 눈앞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생경함을 주곤 한다.

200년이 훌쩍 지난 현재도 그의 음악을 향유하며 성찰할 수 있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기에 감사하다.

모두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훌륭한 무대는 그날 온 모든 청중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존재할 테니 이보다 근사한 것은 없다.

이번 무대를 마지막으로 떠나는 마르쿠스 슈텐츠 지휘자님의 빛날 앞으로의 무대를 기다리며 다시 만날 안녕을 전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