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CONCERT/REVIEW

REVIEW | 2021 서울시향 오스모 벤스케의 시벨리우스 교향곡 1번

삐-약 2023. 5. 24. 01:23

이번 공연은 여러모로 꼭 가야겠다고 생각한 공연이다.
먼저 서울시향 음악감독님이신 오스모 벤스케 지휘자님이 2주간의 격리를 감내하고 오르신 올해 첫 공연이고,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퍼커셔니스트의 공연이기 때문에 정말 기대가 많이 되었다.

특히 페테르 외트뵈시의 '말하는 드럼'은 유투브에서 영상을 봤었는데

나에겐 이걸 한다고...?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파격적인 곡이었다.

시벨리우스 교향곡은 너무나도 유명해서 좋아하는게 당연할 정도이지만

특유의 음울하지만 웅장한 교향곡을 서울시향의 연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엄!청! 설랬다.

 
 
 

오늘도 어김없이 멋진 롯데콘서트홀.. 역시 연주회 가는 재미 중 하나는 공연 전의 설렘인 것 같다
이번엔 운좋게도 1층자리를 받게 되었다... ㅠㅠㅠㅠ 앉자마자 코앞뷰에 감탄하면서 SPO월간지 복습!

 

그리고 서울시향의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 팟캐스트는 정말 추천하고 싶다.

처음엔 공부라 생각했었던 콘미공인데, 모르고 듣는 음악과 알고 듣는 음악의 차이가 엄청나서

이제는 콘미공을 듣지 않으면 불안하기까지...!! 정말 유익해서 이번 서포터즈 기간동안 열심히 홍보할 생각이다.

길이도 적당하고, 함께 주어지는 SPO 월간지까지 같이 읽어보면 그날 프로그램이 머리에 쏙쏙 박히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똑똑해지는 너낌..)

 
 

벨러 버르토크의 춤 모음곡 (1923)

Béla Bartók, Dance Suite

첫 곡 벨러 버르토크의 춤 모음곡은 이번에 알게 된 곡인데 상당히 내 취향이었다.

헝가리,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아랍등의 민속음악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만든 '춤 모음곡'은

버르토크만의 독자적인 음악세계가 엿보인다.

보통 음악을 감상하다 보면 첫 시작과 엔딩이 강렬하게 남기 마련인데, 신기하게도 이 곡은 모든 부분이 인상깊었다.

현으로만 이루어졌던 저번 공연과는 달리 이번 곡에선 관악기의 사용과 하프의 조합이 돋보였고 아랍선율이 곡의 신비함을 더해주었다.

전반적으로 엇박 + 당김음 콜라보로 (아주 잠깐 취미로) 오케스트라 연주를 해본 입장으로써 입을 딱 벌리고 봤다.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님의 지휘는 이전 공연과는 또다른 느낌을 주었다.

선율을 몸으로 표현하는 듯한 지휘가 오케스트라를 휘어잡는 느낌.

 

 

페테르 외트뵈시의 말하는 드럼

Peter Eötvös, Speaking Drums, Four poems for percussion solo and orchestra

 

두번째 곡, 페테르 외트뵈시의 말하는 드럼의 무대 세팅에만 약 8 ~ 10분정도가 소요되었다. 이 세상 타악기는 다 있는 것 같았다.

퍼커셔니스트(제 1주자)가 글로켄슈필, 크로탈, 비브라폰, 심벌즈, 소 방울, 봉고, 비브라 슬랩, 썰매 방울, 자갈을 사용하고

2주자가 비브라폰, 트라이앵글, 공, 탐탐, 탬버린, 봉고, 큰 북, 비브라 슬랩, 편경까지 사용한다.

생각해보면 오케스트라 공연의 디폴트는 정적인 분위기이다. 그 누구도 돌아다니지 않고, 유일한 움직임은 커튼콜 때 이루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특별함을 가졌다. 뮤지컬 무대에 오케스트라가 같이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자유롭다.

이 곡의 연주자 박혜지 퍼커셔니스트의 연기도 보고 듣는 맛을 한껏 올려주었다. (곡 중간중간에 외치는 마리~의 뜻이 궁금해졌다)

이 곡은 네개의 시라는 부제가 있다. 타악기 연주자는 시구를 외치거나 속삭이는데 이 때의 언어는 헝가리어, 샨스크리트어,

심지어 2악장에서는 시인이 만든 언어가 나오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는건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모든 순간을 타악기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소리와 연주자의 비언어적 표현으로 즐기게 된다.

첫 시작은 스네어를 치는것이 아닌 스틱을 수직으로 세워 떨어트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심상치 않은 시작..)

3악장에선 무대 끝에서 끝까지 세워진 심벌즈를 왕복하며 온 몸으로 타악기와 대화한다. 그리고 트럼펫 연주자와의 듀엣까지!

그리고 모든 소리나는 물건을 음악으로 만들 수 있는 타악기의 특징 답게, 후라이팬 두개와 냄비까지 등장한다.

외트뵈시가 말하는 음악이란 이런것! 을 한번 더 각인시키는 대목이었다.

콘미공에서 외트뵈시가 "음악은 말에서 출발하고, 말을 모방하고, 자신만의 언어를 만든다"고 했었는데

이 무대를 보며 왜 그렇게 말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태초의 음악은 단순한 '소리'의 연속이었을 것이고, 태초의 말 또한 그렇기 때문에 음악과 말은 같은 것!

무슨 단어인지 몰라도 행동에 초점을 두어 보다보면 그 자체를 즐기게 되는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또 공연 내내 퍼커셔니스트만 보였지만 서울시향의 훌륭한 서포트가 있었기 때문에 온전히 집중하고 즐길 수 있었다.

2악장 끝난 후 단원들의 허!! 하는 함성소리가 왠지 수줍어하며 외치시는 것 같아 내적웃음 ㅎ

그리고 박헤지 님은 국내 최정상 퍼커셔니스트답게 앵콜 곡으로 마림바로 라 캄파넬라를 연주하셨다.

그 어려운 곡을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나도 아름답고 시냇물 흐르듯 연주하는 걸 보고 내내 입을 딱 벌리고 들었다.

정말 잊지 못할 무대였다.

 

 

잔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제 1번(1899)

Sibelius, Symphony No. 1 in E minor Op. 39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님의 인터뷰를 읽었을 때 가장 좋아하는 음악으로 시벨리우스의 모든 교향곡을 뽑으신 터라 정말 기대가 됐었다.
뿐만 아니라 핀란드 태생이라는 공통점때문에 벤스케 음악감독님이 해석하는 시벨리우스의 음악은 뭔가 통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자유형식의 피날레 악장을 포함한 4악장의 1번 교향곡은 약 40분 동안 연주된다.

첫 악장은 클라리넷 수석 연주자님의 연주로 시작되고, 그 유명한 주제선율이 웅장하게 터져나올 때 감탄을 금치 못했다.

1악장의 클라이막스는 북유럽 자연경관이 한눈에 보이는 절벽에서 맞는 바람같은 쾌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2악장은 첼로 솔로가 귀에 쏙 박혔다. 고음역대 악기와 대비되는 첼로의 음색에 이어 하프까지, 2악장만의 분위기가 아름답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언제 들어도 완벽한 목관은 지휘자님의 새가 나는듯한 지휘처럼 황홀했고 씩씩한 금관의 연주가 고조되는 부분을 잘 캐치했다.

자유형식의 피날레 악장은 약 5분 동안 긴박하게 휘몰아친다. 후반 집중도롤 볼 수 있었던 악장,

여기서도 박자가 극악의 난이도였는데 오히려 더 몰입되어 들을 수 있었다.

4악장으로 갈 수록 바빠지는 베이스 단원분들의 날라다니는 손이 엄청나게 많은 노트가 찍혀있는 악보를 저절로 떠올리게 했다.

연주 시간은 40분인데 체감 20분으로 느껴질만큼 몰입도있는 무대였다. 그리고 난 확실히 관악이 같이 있는 걸 선호하는 게 맞는듯하다.

거리두기로 비어있는 좌석들이 너무 아쉽게 느껴질정도로 웅장하고 멋지고 꽉찬, 합이 정말 좋았던 공연이었다.

 


 

 

이날 공연은 큰 규모의 곡에 흔하지 않은 프로그램 편성이라 기대반 호기심반이었는데, 나의 공연 BEST3 안에 등극했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 보게 된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님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셨다.

다른 지휘자님은 손짓으로 음악을 그리듯 지휘했다면 오스모 벤스케 지휘자님은 마치 몸에 음악을 집어넣은 듯한 열정적인 지휘였다.

첫 공연의 프로그램이 시벨리우스여서 더욱 의미깊었던 이번 공연이었다. 다음 주에 있을 베토벤 교향곡 1번 공연이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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